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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는 말조차 삼키는 나이, 중년의 마음

동유세상 2025. 3. 2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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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외롭다'는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요즘 좀 외롭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애도 있고, 가족도 있잖아.” “너처럼 바쁘게 사는 사람이 무슨 외로움이야?” 다 맞는 말이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회사와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서 외로움 따위는 비집고 들어올 틈도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이유 없는 쓸쓸함이 가슴을 툭 치고 지나갈까.

 

중년이 되면 어느 순간 마음이 위기를 맞는다.

청춘처럼 꿈을 향해 뜨겁게 달릴 수 있는 시기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걸 내려놓고 편히 쉴 수 있는 시기도 아니다. 가장으로서, 부모로서, 책임져야 할 무게가 점점 커지고, 내 감정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엔 너무 사소해 보이고, 또 너무 무거운 이야기. 그래서 결국 침묵한다.

'외롭다'는 말조차 삼키고, 그냥 괜찮은 척, 오늘도 무던히 하루를 보낸다.

 

한때는 외로움이 나와는 상관없는 감정이라 여겼다.

친구도 많았고, 가족도 곁에 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는 점점 단순해지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든다.

겉으로는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도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 하나 없는 현실. 그래서 중년의 외로움은 더 조용하고, 더 깊다.

북적이는 사람들 틈에서도 홀로 있는 듯한 그 감정은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감정을 마주할 때면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괜찮은 걸까?" "이런 마음을 느끼는 내가 이상한 걸까?" 아니,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누구나 어느 순간 외로움을 느낀다.

그리고 중년이라는 시기는 그 감정이 더 빈번하게, 더 선명하게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인정해주는 일이다. 그래야 마음의 균형을 다시 잡을 수 있다.

 

가끔은 산책길에서 마주친 노부부의 뒷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긴 세월을 함께 걸어온 흔적이 묻어나는 그 모습에서 어떤 위로를 받는다.

언젠가 나도 누군가와 함께 그리 걸을 수 있을까, 마음의 동반자를 만나거나 다시금 더 깊은 연결을 맺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중년의 외로움은 어쩌면 삶의 변화가 주는 자연스러운 감정일지 모른다.

너무 두려워하거나 숨기려 하지 말고, 때론 스스로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따뜻한 차 한 잔, 좋아하는 음악, 혹은 짧은 일기 한 줄이 그 마음을 조금씩 풀어줄 수 있다.

오늘도 외로움을 조용히 꾹 삼킨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외로움은 결코 작지 않다.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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