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금왕돈까스 방문기 – 걷기 후에 찾아간 추억 속 맛집(#걷고서)
주말, 간만에 날씨가 참 좋아서 가볍게 성북구를 걷기로 했다.
걸을때는 비가 내리가 그치다는 반복했는데 돈까스집 방문했을때는 비와 바람이 많이 불었다.
요즘은 한참 꽃도 지고 나뭇잎도 초록빛을 띄기 시작해 산책하기에 딱 좋은 시기.
그렇게 한참을 걸은 후, SNS에서 종종 맛집으로 회자되던 성북구 금왕돈까스를 찾았다.
사실 이 가게 이름을 보는 순간 내 마음속에 떠오른 게 있다.
내가 이십대 때 우리 동네에도 금왕돈까스가 있었는데, 그 시절의 스프 맛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을 정도다.
나는 원래 스프를 즐겨 먹는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그 가게 스프는 참 맛있게 먹었었다.
그래서 이번 방문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는 작은 여행 같았다.
가게에 들어서니 첫인상부터 참 좋았다.
아마 사장님이셨던 것 같은 분께서 정말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손님 한 명 한 명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에서 가게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런 식당은 음식 맛도 기대 이상일 확률이 높다.
주문한 돈까스가 나왔는데, 양이 정말 많다.
돈까스는 얇은 돈까스였다..두껍게 하면 금액이 안맞겠지~라며 우리끼리 이야기를 했다.
나는 두꺼운 돈까스를 선호하는 편이라 식감은 내 입맛엔 조금 아쉬웠지만, 고기 자체는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웠다.
특히 감동받은 건 밥과 깍두기.
요즘 식당 깍두기나 김치가 단맛이 과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집 깍두기는 그런 게 없다.
깔끔하고 정직한 맛.
심지어 밥맛도 좋다.
윤기 있는 고슬고슬한 밥에 깍두기 한 조각 얹어 먹으니 돈까스보다 더 맛있게 느껴질 정도였다.
반찬 하나까지 정성 들여 준비한 느낌이 나는 집이다.
무엇보다, 식사를 하며 예전 금왕돈까스 스프가 떠오르더라. 이번에도 스프를 받았는데, 그 시절 그 맛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스프를 즐기지 않는 나도 숟가락을 자주 들게 만드는 그런 맛. 딱 그 시절 감성은 아니지만, 잊고 있던 추억을 불러오는 데는 충분했다.
(스프리필해서 두그릇 흡입..다먹으면 배가 부르다는 생각이 안들어서 부족한가 싶었지만..식당을 나서는 순간 너무 배불렀다..
아침부터 굶고 오후 1시엔가 방문을 했따)
요즘은 자극적이기만 한 맛보다 이렇게 한 끼 식사에 정성이 느껴지는 집이 더 끌린다.
금왕돈까스는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추억과 현재를 동시에 선물해준 고마운 가게였다.
성북구 근처를 산책하거나 데이트, 주말 나들이로 계획 중이라면 한 끼 푸짐하고 정성스러운 식사가 가능한 이곳을 추천하고 싶다.
다음엔 누군가와 함께 와서 밥과 깍두기의 감동을 나눠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