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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촌은__모판을 바라보며 떠오른 기억, 고향의 모내기 풍경

동유세상 2025. 5. 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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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근을 나갔다가 길가에 펼쳐진 초록빛 모판을 보았습니다.

갑자기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았던 모내기 철 풍경이 스르르 떠오르면서요.

지금 농촌은 딱 모내기 한창 시기입니다.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보다 경기도권은 모내기가 조금 빠른거 같습니다..제고향이 늦은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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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하는 모습을 찍어봤습니다

 

예전에는 이맘때쯤이면 동네마다 북적북적, 논마다 사람들 웃음소리로 가득했지요.

어릴 적 고향에서는 ‘품앗이’라는 정겨운 풍습이 있었습니다. 이웃끼리 서로 도우며 번갈아가며 손으로 모를 심었죠. 허리를 구부려 일렬로 선 어른들의 모습, 손에 묻은 진흙보다 더 깊은 정이 배어 있었습니다.

모를 하나하나 심어가며 나누던 대화들, 들려오는 새소리와 함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학교 들어가기전에 부모님께서 모내기를 하고 오시면 주머니에 새참으로 나온 사탕과 껌이 있었습니다

 

제가 자라던 시절에는 이미 이앙기라는 기계가 보급되어 손모내기는 점차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논두렁 옆에서는 손수 일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도 종종 보였습니다.

 

이앙기를 돌리기 위해 필요한 모판을 집집마다 직접 준비하던 시절이었죠.

모판에 흙을 담고, 볍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키워내던 시간은 그 자체로 농사의 시작이자 기다림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농업 환경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대규모로 벼농사를 짓는 분들은 자체 시설에서 직접 모판을 만들고, 소규모 농사를 짓는 분들은 농협 등에 예약 접수하여 모판을 구입한다고 합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정성과 기다림이 깃든 과정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연히 마주친 그 초록빛 모판 하나가 왜 그렇게 반가웠을까요.

아마도 제 마음속엔 여전히 논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의 내가 있고, 그 곁에는 허리 굽혀 일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자리하고 있어서겠지요.

 

들녘을 가득 채운 모판의 초록빛은 단순한 모가 아니라, 나에게는 ‘기억’이고 ‘그리움’이었습니다.

 

농촌의 풍경은 시대에 따라 바뀌지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그 고유의 따뜻함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한 철을 준비하는 모판 앞에서, 문득 나도 무언가를 심고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을 다시 떠올려봅니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고향의 계절,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자란 나의 추억. 오늘 그 조각을 가슴에 고이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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