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와서 그런 걸까. 요 며칠 출근길이 유난히 다르게 느껴진다.
매일 지나던 골목길에 정비작업이 한창이다.
낡은 담장 아래에 정갈한 화단이 만들어지고, 벗겨진 인도를 새로 포장하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무심히 지나쳤던 풍경이 어느 순간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된 사진에 색이 입혀지는 것처럼, 골목 곳곳이 생기를 되찾고 있다.
학교 앞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심어져 있다.
누군가 일부러 고른 듯 알록달록하고 고운 색의 꽃들이 가지런히 줄을 맞춰 피어 있다.
아이들은 꽃길을 지나 교실로 향하고, 어른들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계절이 바뀌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리는 건 식물과 아이들인 것 같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에서도 이렇게 싱그러운 생명이 올라오는 걸 보면, 우리 마음속에도 어느새 봄이 자리 잡았나 보다.
아파트 단지 옆에는 새로 조성된 화단이 있다.
주민센터에서 주민들과 함께 만든 공간이라더니, 덕분에 이웃 간에 오가는 인사도 한결 따뜻해졌다.
화단을 가꾸는 손길이 많은 만큼 꽃들도 정성을 아는 듯 고개를 들고 활짝 피어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작은 텃밭도 만들어 채소를 심고 있다.
요즘은 먹거리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직접 흙을 만지고 식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사람들 표정도 조금씩 부드러워지는 걸 보면, 봄은 단순히 날씨만 따뜻해지는 계절이 아닌가 보다.
이렇게 달라진 풍경들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도 숨을 쉬고 있다는 걸. 바쁜 일상에 치여 지나쳤던 작은 변화들이, 봄이라는 계절을 통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꽃 한 송이, 흙 냄새, 땀 흘리는 손길 하나하나가 계절을 만드는 풍경이자,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들이다.
요즘은 걷는 길마다 카메라를 꺼내고 싶은 순간이 많아졌다.
평소엔 그저 스쳐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이제는 천천히 걷고 싶은 길이 되었다.
정돈된 골목길, 꽃으로 물든 학교 앞, 생명이 깃든 아파트 화단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와 있었다. 소리 없이, 그러나 분명히.
당신은 어떨까. 혹시 오늘 아침에도 골목길을 지나며 바쁜 걸음으로만 걷진 않았는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면, 어느새 봄이 그 자리에 서 있을지도 모른다.
계절이 바뀌는 속도는 느리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
봄이 와서 그런 걸까. 아니, 봄이라 그런 게 맞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