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그때의 카네이션과 지금의 마음
어릴 적, 5월이 다가오면 초등학교에서 붉은 플라스틱 카네이션을 미리 준비해 주곤 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는 종이로 자라면서는 플라스틱 카네이션]
종이로 만든 것보다 더 반짝였고, 리본과 함께 포장된 그것은 어린 마음에 ‘효도’라는 이름을 달기 딱 좋았던 상징이었습니다.
저는 그 카네이션 두 송이를 들고 고향 집에 가서, 부모님 가슴에 한 송이씩 조심스럽게 달아드렸습니다.
아버지는 낯간지러워 웃으며 고개를 돌렸고, 어머니는 "이게 뭐라고, 고맙다"며 유난히 오래도록 그 카네이션을 떼지 않으셨죠.
그땐 몰랐습니다. 그 작은 꽃 두 송이가 부모님의 하루를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었는지를요.
세월이 흘러, 이제 어버이날이 되면 제게도 카네이션을 건네는 아이들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의 손에서 내민 작고 소박한 카네이션 한 송이에 울컥한 감정이 올라올 때, 저는 알게 됩니다.
그때 부모님의 웃음 뒤에 숨겨진 따뜻한 감동과 잔잔한 눈물의 무게를.
이제 아버지는 하늘에 계시고,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저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를 뵈러 갑니다.
어머니와 식사를 하며 옛날 이야기를 나누고, 조용히 아버지 산소에도 다녀옵니다.
올해는 작은 카네이션 화분 두 개를 주문했습니다.
하나는 고향집 마당에, 하나는 아버지 묘 앞에 심어드릴 생각입니다.
그 꽃이 자라며 들판에 색을 더하고,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마음 하나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예전엔 플라스틱 카네이션 한 송이로도 마음을 표현했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깊은 마음과 시간, 그리고 나눔으로 어버이날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께 받았던 사랑의 무게를, 이제는 아이들에게 전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어버이날은 단순한 기념일이 아닙니다.
그 속에는 세월이 있고, 추억이 있고, 이어지는 사랑이 있습니다.
지금 내 곁에 계신 부모님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아이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떠올릴 그 ‘기억의 장면’ 속에, 따뜻하고 웃음 짓는 내 모습이 남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