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은 늘 분주하다.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사람들 틈을 헤치며 지하철을 타고, 자동처럼 움직이는 하루의 시작. 나도 그 무표정한 얼굴들 중 하나가 되어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내 하루의 루틴을 멈춰 세운 장면 하나가 있었다.
바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클립 영상이었다.
지하철 안,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재생했다. 바닷바람 부는 제주의 어느 날, 촌스러운 교복 차림의 청춘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울고 사랑하던 장면. 그 중에서도 주인공이 꾹 참고 삼켰던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멈춰섰다. 주변의 소음이 사라진 듯 조용했고, 가슴 안에서 오래된 감정 하나가 불쑥 올라왔다.
폭싹 속았수다를 시작할때 유명한 배우가 출연한다해서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떠나는 아버지
창밖에서 버스가 떠날때까지 기다리는 딸
그냥 왠지 내 젊은 시절을 보는거 같았다.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서울로 상경하면 항상 버스로 내려가셨다.
고향이 워낙 시골이라 버스도 하루에 2대
그냥 내 추억..일상과 겹치는 부분에서는 눈물이 났다.
그리고 그안에서 우리가 지나온 시간, 놓쳐온 사람들, 마음 한 구석에 묻어둔 말들이 녹아 있다.
사투리로 풀어내는 대사는 투박하지만 진하고, 인물들의 눈빛 하나하나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며 감정이 뒤흔들린 건, 어쩌면 그 속에서 나를 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쁘고 지친 하루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사람, 후회와 그리움, 그리고 아직 건네지 못한 말들. 드라마 속에서 인물들이 마음을 열고, 서로를 향해 한 걸음 다가가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어졌다.
“그땐 미안했어.” 혹은 “고마웠어.” 그 짧은 말이 얼마나 오랜 시간 마음을 누르고 있었는지를, 이제야 깨달았다.
요즘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이런 드라마는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을 마주하게 하고, 삶의 속도를 잠깐 늦추게 한다.
누군가는 그런 감정을 ‘감성팔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우리가 사람답게 살아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한 장면이 나의 출퇴근길을 멈추게 했던 그날, 지하철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이 평소와 다르게 보였다.
사람들의 표정도, 길거리의 나무도, 들려오는 음악도 괜히 더 깊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감정이란 건 그렇게 예고 없이 찾아와, 우리 마음 한 켠을 툭 건드린다.
‘폭싹 속았수다’, 단 한 장면만으로도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
그런 드라마 한 편이 오늘도 또 다른 누군가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기를. 그리고 그 멈춤 속에서, 잊고 지낸 감정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친구가 한번 봐보라고 추천을 해줬다
나의 답변은 유튜브에서 봤는데 울기 싫어서 난중에 볼라고..
요즘 눈물이 잘 안 멈춰서 출퇴근할때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