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일주일 내내 바쁘게 돌아가는 시간 속에서, 주말의 몇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우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는 일주일에 한 번쯤은 꼭 공원 산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걸을 뿐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정돈되는 기분이다.
오늘은 한강공원을 찾았다.
평소보다 유난히 사람이 많았다. 무슨 행사가 있는 걸까 싶어 멀리 무대와 천막들이 보이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족 단위 나들이객들, 친구들과 소풍을 나온 듯한 사람들,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있는 커플들, 그리고 나처럼 혼자 조용히 걷는 사람들도 더러 보였다.
아마도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한강을 찾은 모양이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선선했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강 너머로 해가 천천히 기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반짝이는 물결, 그 사이를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까지. 하나하나가 평화로운 일상의 조각 같았다.
사실 혼자 걷는다는 것은 때로 쓸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오롯이 나 혼자라는 사실이 더 편안하게 느껴졌다. 이어폰을 꽂지 않아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이 원하는 속도로, 내 발길이 닿는 곳으로 천천히 걷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힐링이 아닐까.
시간이 흘러 해가 점점 더 낮아지고, 하늘은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핸드폰을 꺼내 몇 장의 사진을 남겼다.
물론 사진으로는 담기지 않는 감정이 더 크지만, 그래도 그 순간의 공기와 빛, 감정을 조금이나마 기록하고 싶었다.
행사가 열려 조금은 북적였지만, 오히려 그 활기 속에서 도시의 일상에 살아 있음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혼자지만 고요하지 않았고, 붐비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한강공원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데이트 장소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이와 함께 뛰어노는 공간이지만, 나에게는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쉬게 하는 쉼표 같은 곳이다.
주말 저녁, 해질녘의 한강공원을 혼자 걷는 이 시간을 나는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다.
사람들 속에서, 자연 속에서, 그리고 나만의 고요 속에서 얻은 이 작은 평화가 다음 한 주를 견디게 해줄 힘이 되어줄 테니까.